데이트코스/다녀왔습니다

우연한 서점으로부터 온 책 선물

남타커 2022. 11. 22.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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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친구가 혼자 부산으로 여행을 떠났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 아내의 친구는 몇 번 보았는데 내가 느끼기엔 MBTI로는 극 I인 성격이라는 것.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를 다른 누구에게 잘하지 않는데 아내에게만큼은 솔직하게 잘 말한다는 것 정도만 알고 있다. 그렇기에 홀로 여행을 떠났다기에 무언가 큰 결심을 앞둔 것은 아닌걸까? 싶기도 했다. 아내 친구가 혼자 여행을 떠났다는 거 자체가 나에게는 크게 다가왔다. 무언가 그럴 친구가 아니라 생각했는데 혼자 갔다고 하니깐 특별해 보였다. 아무튼 마음속으로 응원을 했었다. 어느 날 아내는 부산에 놀러 간 친구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어떤 사진은 이거 혼자 간 거 아니지 않을까? 의심되는 완벽한 구도의 사진도 보였다. 마치 누가 찍어준 것처럼 수직 수평이 완벽했다. 반신반의했지만 그래도 잘 놀고 있는 아내의 친구를 보니 이 친구 내가 조금 알던 것과는 다른 면이 있다고 했다. 역시 사람은 쉽게 사람을 평가해선 안 된다. (평가 했다는 건 아니지만)

어제는 아내와 퇴근하고 황태국과 봄동을 만들어 먹자고 했다. 요즘 봄동 무침을 한번 만들어 먹고 나니 요리에 재미가 들렸는지 아내는 쓱쓱 요리했다. 처음 끓여본 황태국도 아주 훌륭했다. 3인분을 끓였는데 우리 둘이서 다 먹어버렸다. 그런데 아내가 놀라면서 핸드폰을 바라보았다. 부산 여행을 갔던 친구가 문 앞을 확인해 보라며 메시지를 남겼다. 무슨 일이지 싶어 바로 나갔다. 부산에서 우연히 들린 서점에서 아내와 나에게 줄 책을 깜짝 선물로 문 앞에 두고 간 거였다. 우리는 바로 전화했다. 이게 무슨 일이냐며! 이런 경우가 어딨냐! 밥은 먹었냐? 물었다. 내가 옆에서 한마디 했다. 이거이거 예의가 아니라며 다시 오라 했다. (물론 밥이라도 먹이고 보내려고 그런 거다. 꼰대 짓 하려고 한 건 아니다). 우리 집과 차로 한 20분 거리에 있는데도 직접 와서 주고 갔다니 정말 고마웠다.

책은 갱지? 같은 거에 포장이 되어 있었다. 어떤 책인질 알 수 없었다. 다만 책등에는 우리의 나이가 적혀 있었다. 29살, 36살. 이런!!! (내 나이 36살) 부산 여행 허투루 다녀왔네!! 다시 다녀오라 해!! 라고 장난스레 소리쳤다. (진심 화낸 거 아닌 연기다. 콩트다) 나이 말고는 우연한 서점이라는 명조체 글씨와 책 그림이 있었다. 우연한 서점의 로고인가 보다.



우리는 언박싱 하듯 각자의 책 나는 36살 아내는 29살의 포장을 해체 하기 시작했다. 내가 받은 책은 <당신의 이야기>라는 제목이며 저자는 36살에 책을 쓴 테드 창 이라는 작가였다.
다시 말해 36살이 되던 해에 테드 창 이라는 작가가 쓴 <당신의 이야기>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아내는 94년생 작가가 2022년 29살이 되던 해에 지은 <스물 스물아홉>이라는 책을 선물 받았다.

지금 글을 쓰고 있지만 이 책을 받기까지 스토리가 길었다. 그런데 빠진 것이 있다면 우연한 서점에 관한 이야기는 빠졌다. 내 시점에서 적은 글이지만 아내의 친구 시점에서 본다면 어떠한 이야기가 있을까 싶다. 이처럼 스토리텔링이 혹은 센스있는 마케팅이 잘 된 브랜드의 선물을 받아보는데 너무 오랜만이다. 아니 처음인 거 같기도 하고요? 찾아보니 우연한 서점에는 블라인드 북이라 하여 ‘나이책’으로 데뷔한 작가의 나이, 혹은 작품이 쓰인 작가의 나이, 작중 인물의 나이, 내 나이에게 주는 선물, 혹은 새로운 나이를 맞은 소중한 사람에게 선물하는 책이다.
책에는 이야기가 있다. 그런 이야기속 요소를 뽑아 센스있는 마케팅 요소로 사용했다니. 소름돋는 아이디어다. 부산에 이런 서점이 있는지도 몰랐지만, 아내의 친구로부터 내 나이 36살에 맞는 책을 선물을 받아 기분이 좋다. 부산에 간다면 지인 선물로 책 한 권 준비해도 좋을 거 같다. 어떤 나이로 선택할지 잘 고민 해보면서

<우연한서점 북카페>

  • 주소: 부산 수영구 민락동
  • 매주화요일 휴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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