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오늘은/35살 퇴사일기

처음 써보는 사직서, 다시 쓰는 이력서

남타커 2023. 7. 17.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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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써 보는 사직서

첫 직장에서 내 인생 첫 사직서를 적었다. 
퇴직을 결심하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있었다. 
 
" 조금만 더 버티면 괜찮지 않을까?"
 
"나는 왜 퇴직 하려는걸까? 일이 힘들어서 그만두는 걸까? 아니면 단순히 하기 싫어서 퇴직하려는 걸까?"
 
"지금 다른 곳에서 공고가 많이 올라오니깐 경력직으로 지원하면 한 달 안에는 붙지 않을까?"
 
"만약, 재 취업이 안된다 할 경우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이러한 고민을 충분히 할 겨를이 없었다(라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본다)
왜냐하면 아침 7시에 가서 저녁 10시까지 일을 하고도 주말에 나가서 일을 해야 하는 환경이었다. 쉽게 말하면 지금 스마트폰 하나로 여러 가지 개인적인(쇼핑, 인터넷뱅킹, SNS관리 등등) 일들을 다 처리하던 사람에게 2G 폰을 준 상황이다. 스마트폰 하나로 모든 걸 끝냈던 것이, 모든 게 분리되어 각각 처리하는 상황 속에서 6개월을 버텼다.
 
퇴직을 결심하기 2달 전부터는 무기력이 나를 감싸기 시작했다. 아마도 '번 아웃'이 시작된 거 같다. 그때부터는 주말 출근을 하지도 않았다. 야근수당, 초과수당 받으면 그래도 할 만한 거 아니냐? 싶겠지만 그것마저도 없었기 때문이다. 일은 일대로 하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나와 같이 사는 아내에게 미안해지기 시작했고, 야근을 하지 않고(나 빼고 우리 부서만 직원들만 남아서 일을 했다, 아니 학교 전체 부서중 우리 부서만 야근을 했다. 12월부터 퇴직하는 순간까지. 방학인데도 말이다. 제일 허탈한 게 퇴근시간 6시에 주차장에 머리 식히러 나가보면 차들이 다 빠져 없었다. 근데 왜 우리 부서만 남아있는지 너무 허탈했다.) 칼 퇴근을 하니 이제는 부서원들에게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다.
 
양쪽에게 미안해지기 시작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책임감이 없는 거 아니냐?라고 물을 수도 있겠다.
솔직히 10년을 책임감 하나만 가지고 책임저 왔다. 그에 따른 보상은 없다.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다. 한편 책임지지 않고 일을 해도 자기가 누릴 거 다 누리면서 일하는 사람이 결국엔 승자라는 사실을 10년 장기재직대상자가 되면서 깨달았다.
 
내가 힘든 거 남이 알아주지 않는다. 
조직은 그저 회사를 위해 일할 뿐 못하면 문제 있는 거고, 잘 처리하면 당연한 거다. 
 
결국 (섣부른, 고민에 대한 정리가 끝나지 않은 채) 사직서를 작성했다. 이전글을 보면 참으로 가볍다고 적었다.
가볍게 생각한....... 사직서...라고 해야 하나.. 오히려 현실을 마주한 채 지금에서야 되돌아보니 마음을 정리할 수 있게 되었다. 좀 더 명확하고 진실된 내 마음을 알게 되었다고 할까? 그 당시에 나로 돌아간다면 가능하다면, 1,2주 휴가를 냈으면 어땠을까 싶은데 학교는 미친 거 아니냐?라고 말할게 뻔하다.
 
어쨌든 사직서를 적고 난 지금(한 달 정도 지났다) 생각해 보니 확실한 두 가지가 있다.
 
첫 번째, 다소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 있었다.
두 번째, 나와서 '나'를 보니 개판이네..(이직에 대한 준비가 안되어 있었다)
 
 

첫 번째

다소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 있었다.

다소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 있었다.

다소 개인적인 '감정'이 들어 있었다.

한 단어로 표현하면 '에잇!!' 
이러고 대수롭지 않게 적어 버린 거 같다. 
 
여기서 감정이라 하면
* 도망치고 싶은 마음, 
* 이런 게 공황장애 인가? 싶은 생각
* 눈치 보고 싶지 않다
* 왜 이렇게 살고 있지? 
* 여기에 미래를 맡길 수 있어?
 
등등의 생각에 빠졌다. 그리고는 더... 더.... 더 일 하기 싫어졌다. 
'일 하기 싫어졌다..' 사실 이러면 동료들에게 피해가 가면 안 되니깐 빠르게 후임자가 와야 한다고 판단을 내렸다.
 
이 판단을 하면서도 나는 '나'자신 보다 맡고 있던 일에 대한 걱정을 더 우선시했다.
결국 야근수당 대신 쌓여있던 대체휴가 10여 일은 하루 쓰고 퇴직을 했다.
심지어 퇴직 전 3일에 후임자가 뽑혀 마지막 출근 하는 날까지 최대한 많은 것을 알려주려고 휴가를 쓰지 않고 출근을 했다.
 
결정적인 트리거가 된 책이 있다. 자청의 #역행자를 읽고 결심을 하게 됐다.
내 결심은 이랬다.
 
지금처럼 앞으로 평생 살아야 한다고? 나 자신에게 물었고 내 대답은 "아니, 절대 이렇게 못살아"였다.
역행자 서문 8페이지에 있는 그림을 보고 결심했다.
 

자청의 역행자 삽입그림

닭 한 마리가 울타리 안에 갇혀 있다. 내 모습을 보는 듯했다. 그리고 12페이지에서 한 문장으로 말한다.
이 울타리를 벗어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울타리를 자르고 나와야 한다라고
내 결심대로 이렇게 살고 싶지 않아!라고 한다면 나는 거기서 나와야 했다. 
 
나는 급여가 적어도 워라밸이 중요해 적은 급여라도 만족해하며 살아왔다. 부유하진 않지만 적당히 먹고, 즐기며 사는
내 삶을 소중히 여겨왔다. 그런 내가 6개월 전 발령을 받고 나서부터는 유일한 두 가지 행복 중 헬스장 다닌 것과,
커피 마시는 기쁨이 사라졌다. 
 
아내와 내 두 가지 기쁨을 구하려면 나와야만 했다.

 

 

두 번째

나와서 '나'를 보니 개판이었다.

나와서 '나'를 보니 개판이었다.

나와서 '나'를 보니 개판이었다.

 
서울시교육청 사립사무직원 채용공고가 올라와 있는 것을 봤다.
큰 법인에서부터 작은 중, 고등학교 행정실에서 일반 행정직 9급을 뽑는 공고다. 이력서에 경력사항을 적기 시작했다. 그러다 자격증 칸에는 단 한 칸만 채울 수밖에 없었다. 이제야 깨달았다. "나는 아무런 준비 없이 전쟁터 한복판에 서 있구나"라고
지금의 나는 경험은 있지만 눈에 보이는 무기가 내게는 없다. 
 
면접 준비도 안되어 있었다. 급한 대로 이력서를 제출하면서 유튜브 영상으로 면접 준비를 해 나가기 시작했다.
영상을 보면서도 객관적으로 나는 너무 성급한 게 나온 사람으로 내가 보였다. 급했다. 급하게 나왔다. 도망쳐 나왔다.
1년을 채우지 않고 나온 게 내 발목을 잡는 약점이 되어 버렸다. 몇몇 면접에서 면접관들에게 들었다.
 
 
 
"너무 성급하게 나왔네~"라고. 

 

<퇴사를 고민하는 당신... 몇가지 점검 해 보자>

 
1. 현재 무이자 할부 처리는 다 되었는가? 퇴사하면 다음달 부터 버티기에 들어갈 여유자금이 있는가?
 
2. 퇴사 하고자 하는 마음 가득하지만 이직이 된 다음 자연스럽게 나가는 방법은 어떠한가?
 
3. 나는 급여 말고도 돈을 벌어들이고 있는 파이프 라인이 있는가? 혹은 당장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4. 진짜 자신이 있는가? 자신의 근거는 무엇인가? 
 
5. 제일 중요한 "너의 솔직한 마음은 무엇이니?"
 
퇴사 후 한달이 되어 돌아보니 한달 전 나에게 5가지 만큼은 확답을 내리고 사직서를 써라! 라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