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오늘은/35살 퇴사일기

“퇴사” 뱉고보면 참으로 가벼운 단어- 에필로그

남타커 2023. 6. 4.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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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퇴사 하겠습니다”


이 말을 하기 까지 길게는 10년, 짧게는 4개월 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긴 시간동안 하늘에 떠다니는 미세먼지 보다 더 가벼운 단어인 ‘퇴사’라는 말은 왜 그리 무겁게만 느껴졌을까?

답은 ‘미세먼지’같은 내 미래라 생각해서 그렇다.

그렇다. 나는 내가 퇴사를 할거란 생각을 하지 않았고 주위에서도 정년까지 채워서 연금 받고 사는 삶을 살거라 생각하는 교육행정직의 삶을 살았다. 그런 내가 용기 있게 퇴사라는 단어를 너클볼로 던져버렸다.

미세먼지같은 내 미래는 퇴사라는 말을 하고나서 부터 보이기 시작했다. 특별한 자격증도, 기술도 없이 퇴사를 결심한 나는 내가봐도 참 준비없이 내뱉은 무책임한 녀석으로 보였다.

또 한편으론 지금과 같은 패턴(아침 7시 출근 저녁 10시 퇴근하는 삶)으로는 도저히 이력서 한페이지도 쓸수 없다는 생각과 10년을 일했는데 아무런 보상도 없고 특히 야구르트 아주머니가 근속해서 미국으로 근속여행을 회사에서 보내주었단 이야기를 듣고는 나에게 큰 충격을 안겨 주었다.

(사실 핑계다. 10시에 끝나면 11시,12시부터 쓸 생각을 해야 하는데 나는 피곤하다는 핑계로 쓰지 않았던거다. 그치만 몸이 너무 힘들었다. 두달만에 4키로가 절로 빠져버렸다. 아무런 맛도 못느끼는데 자꾸만 과자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전화에 뇌가 멈추기 시작했다.)

지금의 울타리에 있다보면 제일 무서운 ‘안정감’에 익숙해져 있기에 큰 결심을 내리기에 어려울거라 생각했다. 왜 월급을 마약이라 하는지 알게 되었다. 한편으론 지금의 고통들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는 고마운 녀석이지만 그 마약은 나에게 말한다.

“조금만 버텨 2주뒤면 월급 들어와! 그리고 다음달은 수당 받는 달이야! 그러면 너가 좀 더 버틸수 있잖아? 너 그렇게 버텨왔잖아? 월급과 너의 불행한 삶, 항상 타협해 왔잖아? 왜 그래? 날 떠나지마~ 주인아~ 너는 내가 필요해”

너클볼은 이론상 최고의 변화력
너클볼의 최고 장점은 던질때마다 변화무쌍하여 예측이 안된다는것이 최고의 장점이다. 퇴사 또한 두번째 걸음에 있어 최고의 이론이다. 시작과 끝이며 누구한테나 동일하게 적용 된다. 단, 퇴사 후 출발점은 또 다른 문제이다. 솔직히 이 부분이 가장 두렵다. 첫번째 스텝인 ‘퇴사’를 내뱉었고, 다음을 이어 나갈수 있을거란 확신이 있나? 라고 내 자신에게 묻는다면 “그..그으래! 하.. 할수 있..오!”라고 불안섞인 말투로 말할거 같다.

“이번에 스트라이크 였다면 다음은 ‘볼’이 될수 있는 너클볼.. 혹은 어디로 갈지 던진 사람도 모른다.”

퇴사하겠습니다. 라고 내뱉고는 활명수가 목구멍을 넘어 길고 긴 장 내부를 빠르게 휩쓸고 내려가듯 속이 너무나 시원했다. 한편으론 나는 이 가벼운 말을 왜이렇게 내뱉는게 오래 걸렸으며, 겁이 많았나 싶었다. 내뱉고 나니 속이 정말 후련하고 내 자신에게 칭찬 해주고 싶다.  다음 걱정은 내일의 내가 처리 할거라 생각한다. 오히려 이런 무근본 자신감이 생겨 이직의 두려움을 상쇄 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가볍지만 쉽게 내뱉을수 없는 단어 “퇴사” 후기 한줄평 - 아 속이 겁내 시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