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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감마님이 신선놀음과 풍류를 즐기기 좋은 서촌 대충유원지

남타커 2023. 6. 10.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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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 대충유원지 3줄 요약

1. 가볍게 술 또는 커피 한 잔을 즐길 수 있다. 무얼 마셔야 할지 고민만 하자. 아니다 고민하기 싫으니 둘 다 마시자

2. 만약 조선시대 양반이 테라스에서 커피 한 잔을 즐겼다면 무척이나 좋아했을 거다. 산, 바람 그리고 적당한 현대적 소음까지.

3. 향긋한 온두라스 커피는 풍부한 향을 담고 있어 입안에 향을 가둬두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인왕산 대충유원지]

서울시 종로구 필운대로 46 4층(누하동)

월.화.수.목 : 낮 12시 - 밤 9시

금.토.일 : 낮 12시 - 밤 10시

필터커피 7.0, 미숫가루 7.0

 

#인왕산_대충유원지_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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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좋아 서촌으로 많이 나간다. 이제는 서울 어디를 가더라도 코로나가 완전히 끝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코로나 끝 무렵만 해도 통인시장 주변으로 다니는 사람도 없었고 대로변에 주차한 차들도 없었는데 이제는 주차전쟁과 더불어 한복을 입고 다니는 무리들을 쉽게 볼 수 있다. 활기가 도는 모습은 참 좋지만 한적했던, 그 시간과 공간을 오로지 나에게만 주어진 선물이라 생각했을 순간들을 생각하니 한편으론 그립기도 하다.(이기적인 건가?)

 

오랜만에 나들이 나왔다. 아니 사실 요즘은 서촌 주변을 많이 나오는 거 같다.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전시를 보고 통인시장을 지났다. 낮은 층들의 현대적 한옥들이 보였다. 한옥을 활용해 새롭게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좌, 우를 둘러보니 생각보다 사람이 없었다. 어디를 갈까 고민하며 서촌의 길을 걸었다. 세련되어 보이는 노출콘크리트 건물 앞에 멈췄다. 우연히 찾은 인왕산 대충유원지가 있는 건물이었다.

 

어떤 공간과 커피가 펼쳐질지 궁금하여 4층으로 향했다. 엘리베이터도 있지만 만약 평일 낮시간에 방문한다면 걸어서 올라가 보는 것도 좋을 거 같다. 중간에 스튜디오가 있어서 촬영장의 모습을 살짝 엿보는 재미도 있을 거 같다.

 

4층에 도착하여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좁을 길 따라 보이는 작은 정원이 있다. 바로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BAR자리가 있다. 이 자리에서는 사람들이 술 한잔씩 한다. 술알못인 내가 아는 포르투갈 콥케와인과 이름 모를 와인병들 그리고 두 사람 혹은 혼자 와서 이야기로 그 자리를 채우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좁은 길을 따라 반 계단을 내려가 테라스로 향했다. 한옥의 지붕과 저 멀리 인왕산이 보였다. 순간 상상을 해봤다. 여기가 조선시대로 따지면 양반들이 살던 동네인데 그 당시에 대충유원지가 있었다면 어떤 역할을 했을까? 상류층들이 모여 사는 동네이니 양반들도 퇴근하고 막걸리 대신 증류수 한잔이요- 혹은 온두라스 아이스 하나! 이랬다면? 이란 상상을 해본다. 

 

필터커피(7.0), 미숫가루(7.0) 하나씩 주문하였다. 커피는 3가지가 준비되어 있었다. 각각의 향을 시향 후 원하는 커피를 주문하면 된다. 온두라스 커피를 파는 곳이 드물기도 하여 온두라스로 주문을 했다. 미숫가루는 달달하니 한 잔 더! 라 외치고 싶었다. 온두라스는 연하지도 진하지도 않은 적당한 농도에 풍부한 향을 품고 있었다. 따뜻했던 커피가 식어 갈수록 그 향이 더 풍부해졌다. 얼음 좀 부탁해서 남은 한 잔은 아이스로 마시고 싶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조용한 서촌이다. 테라스에 앉아 여유롭게 한옥의 지붕들을 보고, 그 너머로 든든하게 있는 인왕산을 바라보며 별생각 없이 커피를 마신다. 여유롭고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