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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여행/2022 일본-도쿄여행

50년이 넘었다고? 일단 가봐 (feat. Since 1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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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 50년이 넘은 카페라고? 

어찌 보면 일본에서는 50년 된 카페는 청년기에 해당하는 정도랄까? 그만큼 카페역사 혹은 커피 역사가 우리나라보단 앞서 있다. 코로나 이전 교토를 여행한 적이 있는데 아침 일찍 주변을 산책하다가 우연히 한 카페를 보았다. 창 밖에서 바라보고 있지만 조금 많이 놀라웠다. 아마 내가 늙으면 저런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상상도 해 보았다. 

 

시간은 아침 7시 30분 정도 였다. 8시가 채 안된 시간인데 백발의 할머니 할아버지 커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조식'을 먹고 있었다. 쌀 밥과 반찬 미소국이 아닌 커피와 샐러드 그 위엔 삶은 달걀과 토스트. 매우 낯선 광경에 놀라웠다. 한편으론 우리나라도 점차 지금 커피를 소비하는 청년세대가 나이 들면 저렇게 아침을 즐기겠지?라는 상상도 겸 했다. 그 카페도 30년이 넘은 일본에 흔한 동네카페다. 그 이후로 인스타에서 유명한 스페셜티 카페 보단 강배전으로 찐하고 고소한 맛이 일품인 동네카페를 찾아다니는 재미가 생겼다.

 

도쿄에서는 그런곳을 찾기 쉽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찾을 생각조차 안 했었다. 그러다 시부야 거리를 걷다 눈에 들어온 노란 간판이 하나 있었다. 읽을 수 없는 한자였다. 하지만 읽을 수 있는 단어는 있었다. 'since 1953' 응? 50년이 넘은 카페라고?

바로 구글지도 부터 검색하고 저장해 놨다. 교토에서 봤던 카페는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카페였고 서빙해 주는 스탭도 깔끔한 복장에 나비넥타이를 하고 계신 할아버지였는데 이곳은 레트로풍은 있는데 젊은 사람들이 많았다. 대조적인 모습에 더 끌렸다. 아 이때는 밤이었다. 

<주소>
일본 〒106-0032 Tokyo, Shibuya City, Dogenzaka, 2 Chome−29−3 共同ビル 1 ・ 2F
Coffee tea house SHŪ Premium Shibuya Station 珈琲茶館 集 プレミアム渋谷駅前店

 

<관련사이트>

http://www.shu-group.com/sakan/shibuya.html


화려한 거리와 대조적인 고풍스런 인테리어

가장 눈에 띈것은 나무색 인테리어와 두꺼운 몰딩이다. 신혼집 인테리어 하면서 요즘 유행하는 히든몰딩을 하고 싶었으나 비싸다는 이유로 포기를 했다. 그래서 그런지 나무색 겹겹이 쌓인 몰딩이 눈에 들어왔다. 지금에서야 생각해 보면 몰딩에 끌린 건지 50년에 끌린 건진 잘 모르겠다.

 

시부야 거리와 상당히 대조적인 매장인데 옛스럽지만 주변의 분위기와 너무나 대조적이라 눈에 더 확 들어왔다. 보색관계 같다랄까? 너무나 화려함이 가득한 곳에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을 줄 것만 같은 공풍스런 이미지라 호기심이 가득했던 것은 사실이다.

 

 

 


역시나 시대를 거스르는 맛!

사이폰 아이스커피 하나와 밀크티 아이스 그리고 시그니처 디저트로 보이는 롤케이크를 하나 시켰다. 분명 카페인데 냅킨위에 포크와 나이프를 세팅해주는 걸 보니 진짜 옛스러움이 생각났다. 분명 옛날 영화나 티브이에서 본 것만 같은 느낌인데 그 현장에 내가 와 있는 기분이다.  

 

커피를 주문시에 원두를 선택할 수도 있다. 기본적인 것으로 했다. 강배전 스타일이지만 사이폰으로 추출해서 그런지 부드러웠고 고소했다. 역시나 산미는 느낄 수 없는 깔끔한 맛이다. 밀크티 또한 직접 울렸다는 걸 느낄 수 있는 맛이다. 파우더가 아닌 찻잎을 우려낸 맛?(설마 파우더는 아니겠지? 일단 의심하지 말고 내 감성 지켜주자)

 

여기서 조금 놀란것은 롤케이크이다. 크림이 요즘 유행하는 부들부들 녹아내리는 생크림이 아니다. 정확히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순두부같이 뭉글뭉글한 질감이 있는 크림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케이크 주면에 깔린 커피젤리다. 젤라틴에 커피를 조금 넣어 만든 거 같은데 커피 향이 피어난다. 이 젤리와 케이크를 같이 먹어야 한다. 거짓말 안 하고 처음 먹어보는 조합이고 동네 오래된 빵집에서 맛볼 수 있는 그런 크림느낌인데 호텔에서 비싸게 사 먹어야 하는 그런 수준 높은 케이크다.

 

생크림케이크 정말 좋아하는데 이런 맛 처음 느낀다. 그리고 커피젤리와 한입은 커피 생크림을 먹는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나는 당신이 시부야에 간다면 꼭 여기를 가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우연히 들어간 카페인데 예상치 못한 맛을 느낀 곳은 평생 기억에 남아 다음에 가면 또 가고 싶다는 마음이 자리 잡을 거다. 여행은 이런 맛에 가는 거 같다. '우연'이 주는 '뜻밖의 경험' 그리고 시대와 다른 게 '자기다움'을 유지하며 자리를 지켜나가는 '브랜드'를 보는 재미. 2023년 지금을 살고 있지만 1970년대로 여행 간 느낌. 창밖으로는 2023년인데 나는 1970년대에 있는 느낌. 현재와 과거가 공존하고 있는 이곳에서 뜻밖의 맛을 느껴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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